수구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애드벌룬 띄우는 주메뉴 가운데 하나가 군대 문제입니다.
년초, 이명박 당선자가 서해교전 추모식을 국가행사로 격상시키기로 했을 때, <조선> 만평(08.1.18)은 "이제서야 국민대접 받는가 보다..."고 교성을 질러댔습니다.
▲ 2008년 1월 8일자 <조선> 만평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학군장교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하면서 "군 복무를 영광으로 일고, 군복을 자랑스럽게 만들겠다"고 발언했을 때, <중앙>은 그 다음날 1면 톱기사로 이를 크게 부풀렸습니다. "군 복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출발"이라고 떠벌이면서...
그러면서 기사 속에 이 한 마디를 넣었더군요. 2006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 가서 몇년 썩지 말고..."라며 군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고.
▲ 2008년 2월 29일자 <중앙> 1면
수구언론의 기사대로라면, 노무현은 군의 사기를 꺽는 원흉이고, 이명박은 군을 아끼는 멋진 군통수권자인 셈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노무현은 군대 가서 우리처럼 빡세게 훈련받고 만기 전역한 사람입니다. 반면에 이명박은 군대 근처에도 안 가 본 사람입니다. 불분명한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거든요. 그런데도 이명박 이미지는 '군 친화적' 이고, 노무현은 '군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집요한 방해공작입니다. 이들은 북한과의 대립.대결을 선동하면서 한반도에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하는 한편, 화해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선 '퍼주기'니 '저자세'니 하면서 온갖 비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햇볕정책이 약화시키는 건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군대라며 군과 군통수권자를 이간시키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구요. 실제로 이들을 따르는 무리들은 군이 들고 일어나서 노무현 정권을 전복시켜야 한다는 류의 쿠데타적 선동을 공공연히 일삼았고, 대규모 집회로 분위기를 잡기도 했습니다.
그런 판에 앞서 <중앙>이 소개한 "군대가서...썩지 말고" 라는 발언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입에서 나왔습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옳다구나 싶어 앞뒤 문맥 다 절단내고 이를 대서특필해댔지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대를 비하했다고, 군대가 '썩는 곳'이냐고 입에 거품 물면서...
그러나 원래 이 말은 노 전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과의 구시대적 백병전이 아니라 전방위 안보를 생각한다면 숫자보다 성능좋은 무기를 마련하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그 와중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결혼 빨리 하고 직장 빨리 잡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거들면서 덧붙인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안보를 전방위 안보로 생각한다면 떼로 안 된다, 사람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막사 짖고 사람한테 들어가는 것 다 아끼고 아주 성능 좋은 무기를 개발해야 된다 그런 것 아닙니까? 국방개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 요새 아이들도 많이 안 낳는데,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놓을 것 아닙니까? 우리 모든 사회 제도를 장가 일찍 가고, 시집 일찍 가는, 결혼 일찍 가는 제도로 전부 바꿔 줘야 합니다. 결혼 빨리 하기 제도, 직장에 빨리 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이런 제도로 바꿔 주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다 지체가 되거든요..."
표현 상의 문제가 아주 없진 않지만,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말의 원의는 "숫자로 싸울 것도 아닌데 왜 군에 오래 쳐박아 두느냐(='썩는다'). 그보다는 이참에 군을 개혁해서 군복무 기간을 단축시키면, 결혼이나 직장마련에 도움도 되고, 그러면 사회생활 하는데도 불편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아주 좋은 뜻이죠.
그러나 수구꼴통들은 대통령이 전하고자 했던 핵심은 다 거세시켜 버리고 "군대 가면 썩는다"는 겉말만 붙들고 늘어지며, 노무현이 군을 욕보였다고 입방구를 줄기차게 뀌어댔습니다.
웃긴 것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자신이나 그 자식들 가운데 병역면제 비율이 이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일반인의 경우보다 수십배 더 높게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군대도 안 간 것들이 "군대는 영광스러운 곳인데 어떻게 '썩는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더 극악스럽게 이빨을 까댄 거죠.
이거 코미디 아닙니까? 군대가 그렇게 좋으면 지네들은 왜 안 갔을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대해야지... 아니 그렇습니까? 일국의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반 보병들처럼 똑같이 근무한다더라. 이런 것은 영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땅에선 많이 배우고 돈 많고 권력 높은 사람들의 자식들일 수록 군대 안 갑니다. 아니, 병역 면제받는 걸 당연히 여깁니다. '신의 아들'은 당근 그래야 하니까요.
▲ 2008년 3월 1일자 <한겨레> 28면
"군대 가서 몇년 썩는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이 말이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아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입에서 이런 말 한 번 입에 안 담아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 군대 가서 정말 썩어 본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거의 백프로 이런 말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한창 공부하고 일해야 할 인생의 황금기에 자유를 저당잡힌 채, 아무 것도 못 하고 2~3년을 꼼짝 없이 군복 입고 굴러야 하니 얼마나 괴롭습니까. 게다가 고참에게 수시로 갈굼당하고 얻어 터지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부모 잘 만나서 병역을 면제받은 '신의 아들들'이 이런 고통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처럼 밖에서 깐죽거리며 영광스런 군을 비하하는 그딴 말을 어떻게 입에 담을 수 있느냐는 소설틱한 소리나 멋대로 나불대는 것일 테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군 복무를 영광으로 알고, 군복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듣기 좋은 말만 디스플레이하는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군에 안 간 사람일 수록 더 호전적이고, 군을 더 위하는 척 내색하는 법이니까. 이런 사람들이 군을 진짜 생각할까요? 글쎄요.
하나만 얘기하죠. 아시는 바처럼,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은 서해교전의 전사자분들과 유족들을 정치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노 전 대통령을 극력 비난하는데 이용했습니다. 국가 위해 희생한 이들을 대통령이 버렸다고...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더러 나라에 충성을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아세요? 군 유공자들이 받는 보상금이 현실화되도록 법을 고친 사람이 노무현이란 것을. 그리고 서해에 있는 장병들에게 최신함 고속정을 배치한 사람도 노무현이란 것을. 그 고속정 이름이 윤영하함입니다. 서해교전에서 전사하신 함장의 이름을 붙인 거지요. 사거리가 북한 함정보다 월등히 길게 만들어 서해교전 같은 실제상황 시 훨씬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조작된 이미지와 실제의 차이는 이만큼 큰 것입니다. 위하는 척 말로만 떠벌이는 사람과 소리없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사람의 차이도 그렇구요.
끝으로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시죠. 두 명의 군통수권자가 경례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만기 제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신의 아들' 과에 속하는 이명박 현 대통령의 대조적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죠? (2008.3.2)
- 어른이 -